핵심 요약
- 11살 래브라도 리트리버 로또는 건강검진 중 열·염증 없이 백혈구 수치 69.77k/uL로 크게 증가해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 혈액도말 백혈구 감별계수에서 성숙 림프구가 80% 이상 확인되어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이 강하게 의심되었습니다.
- 유전자 검사(PARR) 결과 T 림프구의 단일 클론성(clonal) 반응이 확인되어 T 림프구성 만성 백혈병으로 최종 진단되었습니다.
- 동반된 세균성 방광염을 먼저 치료한 뒤 경구 항암제(chlorambucil)로 치료를 시작해 림프구 수가 정상 범위로 회복되었습니다.
건강검진 중 발견된 강아지 백혈병 — 로또의 병력
11살 중성화 여아 래브라도 리트리버 로또(가명)는 건강검진 도중 뜻밖의 이상 소견으로 만성 백혈병이 확인된 환자입니다. 특별한 전신 증상 없이 혈액 수치 하나에서 시작된 진단 여정을 통해, 정기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로또는 2026년 3월부터 이따금 빈뇨 증상과 생식기 주변을 자주 핥는 증상을 보여 인근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권유받아 검사를 진행했는데, 열이 나거나 몸에 뚜렷한 염증이 확인되지 않는데도 백혈구 수치가 높게 나와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로또의 혈구 검사 사진
그 외에도 방광 쪽에서 방광염 증상이 확인되어 소변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에서 균이 검출되어 세균성 방광염을 진단받은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좀 더 정밀한 검사를 위해 본원(아롬동물암센터)에 내원하게 되었습니다.

로또의 초음파 – 방광벽 비후

로또의 소변 배양 검사 – Pseudomonas aeruginosa
강아지 백혈병 기초 검사 — 혈액도말검사와 백혈구 감별계수
몸 안에 특별한 염증이 없는데도 백혈구가 비특이적으로 증가하는 경우, 원내에서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검사는 혈액도말검사입니다. 로또는 내원 당시 백혈구 수치가 69.77k/uL로 매우 높았기 때문에, 혈액도말을 통해 백혈구 감별계수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백혈구의 80% 이상이 성숙한 림프구로 확인되어,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로또의 혈액 도말
백혈구 감별계수를 하는 이유와 목적
일반 혈액검사(CBC)는 백혈구의 ‘총 개수’는 알려주지만, 그 백혈구가 어떤 종류로 구성되어 있는지까지는 알려주지 못합니다. 그런데 백혈구는 호중구·림프구·단핵구·호산구·호염구 등 여러 종류로 나뉘고, 각 세포가 늘거나 줄어드는 양상은 전혀 다른 질병을 시사합니다. 예를 들어 호중구 증가는 세균 감염이나 염증을, 림프구 증가는 만성 자극이나 림프구성 백혈병을 의심하게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백혈구가 높다’는 사실만으로는 원인을 특정할 수 없고, 어떤 세포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나누어 세는 감별계수(differential count)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백혈구 감별계수는 혈액도말 표본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각 백혈구의 비율을 세고, 세포의 성숙도와 형태 이상(비정형 세포, 미성숙 세포 등)까지 함께 평가합니다. 특히 로또처럼 열도 없고 염증 소견도 뚜렷하지 않은데 백혈구만 크게 오른 경우, 감별계수는 ‘단순 반응성 증가’인지 ‘종양성 증식’인지를 가려내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합니다. 성숙한 림프구가 과도하게 늘어 있다면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미성숙 세포(모세포)가 많다면 급성 백혈병을 의심하게 되므로, 이후 검사 방향과 치료 전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롬동물암센터에서는 백혈구 수의 이상이 관찰되는 경우 반드시 감별계수를 시행하여, 단순 수치를 넘어 세포의 종류와 형태까지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특수 검사 — PARR 유전자 검사
혈액도말에서 성숙 림프구 증가가 확인되면, 그 림프구 증가가 ‘종양성’인지 ‘반응성’인지를 최종적으로 구분하기 위한 특수 검사가 필요합니다.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이 의심될 때 활용하는 대표적인 특수 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 PARR(PCR for Antigen Receptor Rearrangement, 유전자 클론성 검사) — 종양성 림프구의 항원수용체 유전자가 단일하게 재배열(clonality)되어 있는지를 판별합니다. 정상적인 면역 반응(반응성 증가)에서는 다양한 림프구가 섞여 유전자 배열이 다양하게(polyclonal) 나타나지만, 종양은 하나의 세포에서 유래하므로 동일한 유전자 배열(monoclonal)을 보입니다.
- 유세포분석(면역표현형 검사, flow cytometry / immunophenotyping) — 증식한 림프구가 B세포 계열인지 T세포 계열인지를 표면 항원(CD 마커)으로 구분하고, 세포의 크기·성숙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합니다.
- 골수 검사(골수 흡인·생검) — 골수 내 림프구 침윤 정도를 확인해 다른 조혈 세포에 미치는 영향과 병기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로또의 경우 종양성 림프구의 유전자가 단일성(clonality)을 보이는지 판별하는 PCR 검사(PARR)를 진행했습니다. 말초 혈액에서 림프구 수가 이미 증가해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침습적 채취 없이 말초 혈액 도말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 T 림프구의 유전자가 단일 복제된 clonal 반응이 확인되어, 로또는 T 림프구성 만성 백혈병으로 진단되었습니다.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이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은 성숙한 림프구가 골수와 말초 혈액에서 서서히, 그러나 조절되지 않게 증식하는 혈액암입니다. ‘만성’이라는 이름처럼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린 것이 특징이며, 급성 백혈병처럼 미성숙 세포(모세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보다는 겉보기에 정상에 가까운 성숙 림프구가 조금씩 쌓여 갑니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로또처럼 다른 목적의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백혈구 증가로 발견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CLL은 증식하는 림프구의 계열에 따라 B세포성과 T세포성으로 나뉩니다. 병이 서서히 진행되는 만큼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이 만들어지는 공간을 종양 세포가 차지하게 되면 빈혈, 혈소판 감소, 그리고 로또처럼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감염(세균성 방광염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진행이 뚜렷하거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며, 다행히 급성 백혈병이나 림프종에 비해 치료 반응과 삶의 질 유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과를 보이는 편입니다.
치료 계획 수립 — 방광염 우선 치료
로또는 혈액 검사에서 다른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만성 백혈병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세균성 방광염이 동반된 상황이었습니다.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 면역력이 더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방광염 치료를 우선적으로 2주간 진행한 뒤 항암 치료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안내드렸습니다.
다행히 항생제 2주 투약 이후 방광염은 개선되었고, 다시 시행한 배양 검사에서는 균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로또의 초음파 – 방광벽 비후 (치료 전)

로또의 초음파 – 방광벽 비후 개선 (치료 후)
강아지 만성 백혈병 치료 경과 — 경구 항암(chlorambucil)
방광염이 치료된 것을 확인한 뒤 항암 치료를 계획했습니다. 만성 백혈병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cute lymphocytic leukemia)이나 림프종(lymphoma)과는 달리 경구 항암 치료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됩니다. 경구 항암만 단독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스테로이드를 병용하기도 합니다.
로또는 경구 항암 단독 치료를 우선 원하셔서, chlorambucil(클로람부실)이라는 경구 항암제로 2주에 한 번 투약하는 펄스 도징(pulse dosing)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경구 항암 이후 아래 표와 같이 림프구 수는 정상 범위로 회복되었으며, 항암을 진행하는 동안 큰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만성 백혈병의 예후
만성 백혈병은 급성 백혈병에 비해 진행이 느리고 치료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비교적 양호한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 혈액암입니다. 특히 경구 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경우, 상당 기간 안정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습니다. 다만 예후는 종양 세포의 계열(B세포성/T세포성), 진단 시 병의 진행 정도, 빈혈·혈소판 감소 등 동반 이상 유무, 그리고 치료 반응에 따라 개체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참고 · 계열과 예후에 대한 오해
CLL에 한정해서 보면 T세포형 CLL은 비정형(atypical) CLL보다 예후가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CLL 안에서 비정형형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이며, 계열(B/T)만으로 예후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림프종을 포함한 림프계 종양 전반에서는 T세포 종양이 B세포 종양보다 예후가 나쁘고 항암 저항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으므로, ‘T세포형이라 예후가 좋다’는 원칙을 림프종 일반에 그대로 확대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예후는 진행 정도, 동반 이상, 치료 반응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만성 백혈병은 완전히 ‘완치’하기보다는 종양 세포의 수를 조절하며 오래, 편안하게 관리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치료 중에도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림프구 수와 전신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감염을 예방·조기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꾸준한 추적 관찰과 적절한 약물 조절이 뒷받침될 때 좋은 경과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로또는 원래 방광염이 있던 환자여서 항암 치료를 진행하는 동안 방광염 재발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방광염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림프구 수도 아직 정상 범위까지 완전히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경구 항암에 반응이 있으므로 약물 치료를 지속할 예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강아지 백혈구 수치가 높으면 무조건 백혈병인가요?
아닙니다. 백혈구 증가는 세균 감염, 염증,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도 나타납니다. 다만 로또처럼 열이나 염증 소견 없이 백혈구가 크게 증가한 경우에는 혈액도말검사와 백혈구 감별계수를 통해 어떤 세포가 늘었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성숙 림프구가 과도하게 증가했다면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의 가능성을 고려하게 됩니다.
Q. 강아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먼저 혈액도말검사로 백혈구 감별계수를 시행해 성숙 림프구가 크게 증가했는지 확인합니다. 이후 림프구 증가가 종양성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클론성 검사인 PARR(PCR)이나 유세포분석(면역표현형 검사)을 진행하며, 필요 시 골수 검사를 함께 시행합니다. 로또는 PARR 검사에서 T 림프구의 단일 클론성 반응이 확인되어 T 림프구성 만성 백혈병으로 진단되었습니다.
Q. 강아지 만성 백혈병 항암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만성 백혈병은 급성 백혈병이나 림프종과 달리 경구 항암 치료를 우선적으로 선택합니다. chlorambucil 같은 경구 항암제를 단독으로 쓰거나 스테로이드를 병용하며, 로또의 경우 2주에 한 번 투약하는 펄스 도징 방식으로 치료해 림프구 수가 정상 범위로 회복되었고 큰 부작용은 없었습니다. 다만, 경구 항암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치료 도중 항암제 내성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림프종 치료에 적용하는 다학제적 항암요법(CHOP)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Q. 강아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의 예후는 어떤가요?
만성 백혈병은 급성 백혈병에 비해 진행이 느리고 치료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비교적 양호한 예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계열과 관련해서는 CLL 안에서 T세포형이 비정형형보다 예후가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으나, 계열만으로 예후를 단정할 수는 없으며 진행 정도·동반 이상·치료 반응을 함께 고려합니다. 완치보다는 종양 세포 수를 조절하며 삶의 질을 오래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감염 관리가 함께 이루어질 때 좋은 경과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Q. 만성 백혈병이 있으면 방광염 같은 감염에 더 잘 걸리나요?
그렇습니다. 만성 백혈병은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정상 백혈구의 역할을 떨어뜨려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로또도 만성 백혈병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세균성 방광염이 동반되었기 때문에, 항암을 시작하기 전 방광염을 먼저 2주간 치료했고 현재까지 재발 없이 관리하고 있습니다.